Abstract
이 논고에서 나는 마리옹의 아우구스티누스에 대한 현상학적 해석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마리옹에게 아우구스티누스의 진리는 우리의 인식 능력을 초과하는 포화된 현상으로서, 인간은 이 압도적 현상의 진리를 받아들이기에는 무력한 자로 이해된다. 아우구스티누스에 의하면, 이런 인간이 진리를 받아들일 때, 그 수용은 나의 개념적 파악이 아니라 의지적 결단을 통해 일어난다. 그런데 마리옹의 관점에서 이 의지는 나의 자유로운 의사이기보다 은총의 작용을 통해 갱신된 수동적 자기성의 의지로서, 이런 아우구스티누스의 진리, 은총, 자기성 이해는 마리옹 자신이 이전에 제시한 현상학적 진리나 증인으로서의 자기성 개념을 오롯이 성취한다. 이러한 마리옹의 해석을 평가하면서, 나는 이 해석에 다음과 같은 의의와 한계, 그리고 그 한계에 함축된 긍정적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다. 첫째, 마리옹은 이 히포의 주교에 대한 형이상학적 해석을 반박할 수 있는 현상학적이고 탈형이상학적인 해석을 제시했다. 둘째, 그리스도교의 종교적 체험에서 근본적인 것은 교리나 신조에 관한 고백이 아니라 사랑과 은총의 현상학적 체험이라는 점을 이 해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셋째, 우리는 이 해석에서 마리옹의 신학적 원천이 아우구스티누스임을 확신하게 된다. 그런데 이 맥락에서 그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몇몇 신학적 전제를 그대로 수용함으로써 현상학적 중립성을 위반하고 만다. 하지만 이 한계는 역설적으로 아우구스티누스의 참모습과 신비나 초월에 접근할 긍정적 계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