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연구는 라인홀트(Karl Leonhard Reinhold, 1757∼1823)가 『칸트 철학에 대한 편지들』의 제2권(이하 『편지들 II』)에서 수행한 칸트 자율 개념 비판과 이로부터 촉발된 칸트-라인홀트 논쟁의 의미를 해명함을 주제로 한다. 1792년에 출간된 그의 실천철학적 주저인『편지들 II』에서 라인홀트는 칸트의 도덕이론과 논쟁적인 대결을 벌인다. 총 열 두 개의 편지글로 이루어진 이 저서 중 특히 여섯 번째, 일곱 번째, 그리고 여덟 번째 편지에서 그는 칸트가 개진한 “자율”(Autonomie) 개념이 가지는 내재적인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이를 해소할 대안적인 자유 개념을 제시한다. 라인홀트의 칸트 자유 개념 비판에 대한 종래의 연구는 라인홀트와 칸트 각각의 편을 대변하는 두 입장 간의 대립을 중심으로 이어져 왔다. 첫 번째 입장에 선 연구들은 칸트의 자율 개념에 어떠한 치명적인 모순이 내재해 있는지, 그리고 『편지들 II』에서 라인홀트의 반칸트적 논의는 이러한 문제의 해소에 있어 어떠한 통찰을 제공하는지를 드러내는데 몰두한다. 반면 칸트에 우호적인 입장에서 라인홀트의 칸트 비판은 칸트 자유 이론에 대한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된 일종의 허수아비 때리기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된다. 이 두 번째 진영에 선 연구들은 라인홀트의 칸트 비판이 어떠한 오해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보임으로써, 칸트 자유 이론의 복권을 시도하는데 급급한다. 이러한 양극단에서의 편파적인 이해는 정작 칸트-라인홀트의 자유 논쟁이 주는 중요한 통찰에 이르는 기회를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 본 논문의 입장이다. 라인홀트의 칸트 비판, 그리고 이에 대한 칸트의 반박을 좀 더 냉정한 시선으로 살핌으로써, 본 논문은, 결정론과 무차별론을 넘어서는 참된 자유 이론의 수립을 둘러싼 서양 근대 자유 담론의 성취와 한계를 칸트와 라인홀트 논쟁으로부터 드러내고자 시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