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현상학자로서 후설과 하이데거는 ‘현상’을 사유의 사태로 삼는다. 그러나 “현상”에 대한 둘의 이해는 전혀 달라서, 후설의 현상학은 인식론적 현상학으로, 하이데거의 현상학은 존재론적 현상학으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현상학”이라는 동일한 명칭 아래 후설과 하이데거가 서로 구분되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을 그들이 몰두했던 철학적 분과가 인식론과 존재론으로 달랐기 때문이라고 보는 입장은, 하이데거와 후설의 근본적인 차이를 명확히 드러내지 못한다.BR하이데거는 후설이 인식론의 틀을 따름으로써 존재를 잘못 ‘전제’하고 있다고, 또 이 잘못된 전제의 수용은 그 자체로 ‘존재’ 물음을 태만히 함이라고 비판한다. 이 서로 모순돼 보이기까지 하는 두 비판이 전혀 별개가 아니라 일관된 비판인 것은 근본적으로 하이데거가 후설까지 이어진 “존재” 개념과는 구분되는 새로운 존재 개념을 내놓고자 의도했기 때문이다. 연구자는 하이데거가 전통의 존재론과는 명확 구분되는 ‘유한한’ 존재, 오늘날 좀 더 널리 쓰이는 표현으로는 생성하는 존재를 숙고하는 현대적 존재론을 펼치고자 했기 때문에, 다양한 가능성을 갖는 후설의 사유를 비판할 수 있었다고 파악한다.BR본 논문에서는 하이데거가 다른 영역의 관점에서 사태를 다루고 있는 후설에게 내재적일 수 없는 부당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는 지적에 맞서, 하이데거의 사태인 “존재”가 후설의 사태와 어떻게 다른지를 분명히 드러내고자BR한다. 본 논문에서는 근대적 인식론의 전통에 맞서 인간 사유를 새로이 숙고한 후설의 현상학이 어떤 식으로 여전히 전통적인 존재 이해 안에 머무른다고 해야 하는지, 반면 하이데거가 이러한 전통 존재 이해에 맞서 숙고한 존재가 정확히 어떤 모습인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이로써 후설과 하이데거의 현상학이 갖는 근본적 차이를 명확히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