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칸트 실천철학에서 최고선 개념의 변천과정을 희망철학의 관점에서 추적한다. 많은 칸트 연구자들이 지적하듯이, 칸트의 최고선 개념은 그 전모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왜냐하면 칸트 스스로 최고선 개념을 일관되고 통일된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고선 개념을 일관성 있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희망철학의 관점에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에서 제시되는 최고선 개념을 비판적으로 분석할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최고선 개념이 내세적 희망에서 현세적 희망으로, 또 개인적 차원에서 윤리적 공동체의 의미로 이행하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다. 또한 이는 칸트 윤리학과 종교철학, 역사철학이 희망철학이라는 테제를 통해 서로 연결가능하다는 것을 제시해 줄 것이다.BR 최고선 개념은 『순수이성비판』에서는 완전히 내세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반면, 『실천이성비판』을 거쳐 『판단력비판』으로 진행될수록 점점 더 현세적인 특징을 지니게 된다. 특히 『실천이성비판』의 최고선은 한편에서는 『순수이성비판』과 마찬가지로 개인적이며 내세적인 희망을 함의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 세계에서 최고선이 실제로 가능할 것이라는 현세적인 희망에 대한 단초를 담고 있다. 이러한 현세적인 희망은 결국 『판단력비판』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구체화되는데, 이는 최고선을 목적론적 사유에 따라 세계의 궁극목적으로 규정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 궁극목적은 더 나아가 윤리적 공동체에 대한 희망으로 전개된다.BR 이러한 과정은 칸트의 최고선 이론이 단순히 내재적이고 개인적인 차원이나, 종교적이고 내세적인 차원의 논의에서 벗어나, 현세적이며 공동체적인 차원의 논의로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이로써 도덕적 인간의 희망이란 개인적인 차원의 희망에서 공동체적이며 사회적인 차원의 희망으로 확장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덕적 인간은 더 이상 개인적인 차원에서만 최고선이 실현될 것이라고 희망하지 않는다. 도덕적 인간은 자신의 이웃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 더 나아가 전 세계에 걸쳐 최고선이 실현될 것을 희망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희망은 도덕적으로는 목적의 나라로, 종교적으로는 악의 원리와 투쟁하여 선의 승리를 꿈꾸는 교회의 실현으로, 정치적으로는 영구평화를 목표하는 보편적 세계 시민사회의 실현으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