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치료철학으로 해석하는 견해를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비트겐슈타인이 철학의 목적을 무엇으로 생각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적 문제를 질병으로 생각했을까? 그리고 자신의 철학이 그러한 질병의 치료라고 생각했을까? 질병과 치료라고 하는 의료적 모델을 따라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해석하는 것은 적절한 해석일까?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치료철학으로 해석할 수 있느냐는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비트겐슈타인이 생각한 철학적 문제의 성격과 해결 방법, 그리고 해결되고 난 뒤의 상태, 즉 철학적 활동의 결과 등을 살펴봐야 한다.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적 문제를 우리 언어의 작용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생각하며,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철학 활동을 문법적 탐구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문법적 탐구의 결과 우리 언어의 사용에 대한 일목요연한 묘사, 명료성을 얻게 된다고 말한다. 이 명료성은 우리가 사물들을 보는 방식, 하나의 세계관이다. 그것은 우리 언어의 사용을 일목요연하게 본 사람이 성취한 결과이며, 의지의 저항들을 극복하여 얻은 태도 변경이다. 비트겐슈타인에 의하면 철학적 문제들은 우리 언어의 작용에 대한 어떤 통찰에 의해서 풀린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목표인 명료성은 철학적 혼란에 빠지기 전의 상태가 아니라 문법적 탐구를 통해 적극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어떤 상태이다. 그것은 철학 활동의 결과 얻게 되는 무엇이지 철학 활동 이전에 이미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의 대상은 철학적 혼란에 빠진 특정한 철학자의 마음이 아니라 우리 언어의 사용이며,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목표인 명료성을 치료적 해석이 말하듯이 질병이 치료된 상태로 규정하는 것은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 대한 대단히 협소한 이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