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의 목적은 딥러닝 알고리즘의 발전으로 인한 ‘문제’를 제대로 설정하는 것이다. 딥러닝의 놀라운 성과로 인해 인공 지능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알고리즘의 지적 ‘능력’으로 인한 ‘지배’의 문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글은 이러한 인공 ‘지능’의 문제와 ‘지배’의 문제가 현재의 문제가 아니라는 진단, 그리고 인공 ‘감정’으로 문제의 중심을 이동시키자는 제안도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 출발한다. 현재의 문제는 인간 지능과는 매우 이질적인 방식으로 일함에도 소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기계 지능과의 ‘관계’ 문제이다. 이 관계 문제를 다루기에 적합한 개념은 기계와의 단순한 상호작용을 넘어서는 언어적 관계를 다룰 수 있는 개념이자 상대의 마음 속 내용과 무관하게 성립하는 ‘소통’ 개념이다. 에스포지토는 이중의 우연성에 따른 정보, 통지, 이해의 세 가지 선택으로 하나의 소통 단위를 규정하는 루만의 소통 개념을 참조해 ‘인공 소통’의 문제를 제시하였다. 그는 사용자와 알고리즘의 상호작용에서 사용자 자신의 관점의 이중화를 통해 일어나는 가상 우연성이 이중의 우연성을 가능하게 한다고 본다. 필자는 현재의 문제가 인공 소통의 문제로 설정되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에스포지토가 소통과 행위의 관계와 귀속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알고리즘에 대한 행위 귀속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재의 상황에서 인공소통의 사회적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래서 인공 소통의 문제를 잘 풀기 위해서는 귀속의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