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의식의 철학자’, ‘자유의 철학자’ 등의 칭호는 사르트르에게 익숙하다. 이런 칭호가 ‘공식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실제로 자발성, 자유, 운동, 변화, 실천 등과 같은 개념은 그의 사유의 중핵에 해당한다. 죽음에 의해 가로막혀 더 이상 변신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까지 인간은 자신을 ‘기투’해야 한다. 이와 같은 당위적이고 실존적인 기투가 그의 주체적, 능동적 삶의 기저에 놓여 있다. 하지만 사르트르의 사유에서 ‘수동성’, ‘사로잡힘’ 개념은 끈질기게 나타난다. 의식의 자발성, 자율성, 투명성이 확보되었다고 여겨지는 존재와 무에서조차 이 두 개념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의식의 철학, 자유의 철학을 바탕으로 그만의 ‘인간학’을 정립해나간다. 그는 그 과정에서 그를 끊임없이 곤경에 빠뜨렸던 수동성과 사로잡힘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글에서는 이런 노력에 주목하면서 그가 의식, 자유의 철학에 입각한 인간학의 정립에 이르는 길이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제시하는 한편, 수동성, 사로잡힘의 포로가 된 그의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함으로써 그의 철학의 폭과 깊이를 더 잘 가늠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