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레비나스는 언제나 시간과 함께 또 시간을 통해 자신의 철학적 입장을 개진해왔다. 그에 게서 시간은 여타의 철학적 주제 중 하나가 아니라 그의 철학이 사유되고 전개되는 바탕을 이룬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레비나스 시간관의 특이성은 “시간 개념의 탈 형식화”를 내세운다는 데에, 더욱이는 “인간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 시간을 사유하려 한다 는 데에 있다. 레비나스는 시간에 대한 공시적 이해에 반대한다. 이것은 의식의 시간화로 서, 타자를 동일자로 환원하는 전체성의 철학에 복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레비나스는 시 간의 탈형식화와 통시성을 연결시킨다. 레비나스가 주장하는 통시적 시간은 경험에 의해 동화될 수 없는 것과, 의식에 의해 이해될 수 없는 것과 맺는 관계를 일컫는다. 모름지기 시간은 관계적인 것이다. 레비나스는 기억과 예측이 관여할 수 없는, 자아의 시간성을 깨뜨 리는 시간의 타자성을 강조한다. 이런 시간이 책임의 무한과 공명하며, 이를 통해 그가 내 세우고자 하는 것은 주체의 능동성이 아니라 주체의 수동성, 주체의 정립이 아니라 주체의 탈정립이다. 시간의 통시성, 주체의 수동성, 책임의 무한성은 한데 얽혀 있다. 우리는 본 논문을 통해 레비나스가 강조하는 통시적 시간의 내용과 그 의의를, 시간의 통시성이 갖는 윤리적 의미를 살펴보려 한다. 레비나스가 공시적 시간이라 명명했던 아리스토텔레스와 칸 트의 시간 이해를, 그리고 이런 형식적 시간관에 반대하고 그 너머를 사유하고자 했던 베르 그송과 하이데거의 사유를 조망하는 일 및 그들에 대한 레비나스의 평가와 해석을 총체적 으로 살피는 일은 이런 우리의 노력에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