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고에서는 8세기 말 인도 불교도와 중국 禪불교도 사이에 필담으로 벌어진 논쟁의 1차 자료인 돈황 출토 한문 사본 『頓悟大乘正理決』과 이 문헌과 연관성이 있는 티벳어 사본 PT21을 중심으로 이 논쟁과 관련한 쟁점 사항을 검토하고자 한다.BR 먼저 이 논쟁을 인도 불교도의 ‘단계적/점진적 명상 수행[漸修]’의 가르침과 중국 화상 마하연으로 대변되는 중국 선불교도의 ‘단박에 깨달음[頓悟]’이라는 가르침, 즉 ‘점수’와 ‘돈오’의 대결로만 한정해서 살펴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도 바라문승의 가르침은 다섯 가지바라밀을 쌓음과 동시에 다르마(dharma, 法)가 고유한 성질이 없음[無自性]을 통찰하는 반야바라밀을 반복적으로 완전히 닦은 후에 깨달음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부정적-주지주의자(negative-intellectualist) 경향’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마하연의 가르침은 언설과 문자와 연관된 사유와 분별을 ‘망상분별’이라고 보고, 단지 ‘간심’을 토대로 궁극적 진리를 체험하는 중국화한 ‘긍정적-신비적(positive-mystical) 경향’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 논쟁에서는 인도불교와 중국 선불교의 ‘점수’와 ‘돈오’라는 단순 대립 구조를 벗어나서, ‘언어’를통한 ‘사유’와 ‘관찰’이진리에 도달하는데 유효한지, 유효하지 않은 지라는 철학적인 논의 및 구원론과 관련한 방법론적 차이가 이 논쟁에서 주요한 핵심 주제 중 하나가 된다. 끝으로 8세기 말 북종선과 마하연의 선사상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현존하는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돈오대승정리결』의 돈황 출토 한문 사본과 티벳어 사본을 조사하는 연구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