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논문의 목적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니코마코스 윤리학』 3권 5장에서 초반부에 제시한 악덕의 자발성 논증을 고찰하는 것이다. 이 논증은 성격과 행동을 개념적으로 혼동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제시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과 상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논증에 선행하는 덕의 자발성 논증 또한 덕행의 자발성을 입증할 뿐인데 덕의 자발성을 결론으로 도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우리는 이러한 비판에 맞서 우선 선행 논증에서 일종의 생략추론(enthymeme)이 사용되었고, 논증에서 생략된 전제는 3권 5장의 후속 논의에서 완전히 몰지각한 사람 외에 누구나 아는 것으로 간주된 것이라는 해석을 제안한다. 다음으로 우리는 악덕의 자발성 논증을 소크라테스를 겨냥한 대인 논증(ad-hominem argument)으로 재구성하길 시도한다. 특히, 위(僞)-플라톤의 대화편 『정의에 관하여』에서 소크라테스가 악덕의 비자발성을 옹호하면서 유덕하게 행동하는 것과 유덕한 것을 등치시킨 점에 주목할 것이다.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이 점을 자신의 대인 논증에서 이용했지만, 이 점을 스스로 인정할 필요가 없었고, 자신의 입장을 일관적으로 유지하길 바라는 이상, 그럴 수도 없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