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칸트에 따르면 계몽된 순수이성은 보편타당한 진리의 근원이자 척도이다. 그런데 칸트철학에서 이 기준인 이성이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개념이 바로 ‘광신Schwärmerei’이다. 광신이라는 개념을 통해 칸트는 인간 이성에 내재한 이중성을 이론적 차원과 실천적 차원에서 모두 보여주고 있다.BR 먼저 이론적 차원에서 칸트는, 현상을 넘어서는 영역에 있는 대상들에 대해서는 인식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이성조차도 그 안에 내재한 이념들에 대한 형이상학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어떠한 감성적 대상이 주어지지 않는 어둠의 영역으로 나아가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때 이성은 첫 번째로 광신의 위험에 노출되지만 칸트는 이 어둠의 영역, 즉 지성계에서도 올바른 사유의 방향을 정초하여 이성이 가야할 길이 있음을 주장한다. 지성계의 이성은 그런데 이제 다시 실천적 차원에서의 광신에 빠질 위험에 두 번째로 노출되게 된다. 그것은 실천적 차원에서 인간의 도덕적 지위에 대한 착각, 그리고 이성의 자기기만으로부터 비롯되는 종교적 해악이라는 이름의 광신이다.BR 칸트는 자신의 여러 저술들에서 지속적으로 광신에 대해 설명하고 광신과 광신이 아닌 것의 차이를 명료히 하고자 하였다. 그 때 비로소 이성은 광신이 아닌 길을 걸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칸트의 여러 규명을 분석하고, 칸트철학에서의 이성의 의미 구분을 통해 이성의 본질적 구조를 파악함으로써 이성이 광신으로 빠지게 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이를 통해 순수한 이성이 광신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광신에 빠질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떻게 가능하며 순수 이성의 광신으로의 탈선이 함축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밝힌다. 칸트에게서 이성은 스스로 자신의 교정을 통해 안전지대를 확보해나가며 자신의 탈선을 경계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