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상서』의 성왕들에게 나타나는 구체적인 모습으로서의 겸손(謙遜)의 기원 또는 그 계기를 『상서』 내부에서 찾아본다. 이를 위해, 성왕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복선화음(福善禍淫: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재앙을 받음)의 원리로 규정하고, 이를 ‘확신의 윤리(ethics of confidence)’라고 명명한다. 반면, 성왕들은 덕에 대한 특정한 이해, 왕이라는 정치적 지위와 책무, 자기 행위의 한계성으로 인해 자신의 덕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데, 이를 ‘불확신의 윤리(ethics of uncertainty)’라고 명명한다. 이런 불확신의 윤리는 확신의 윤리에서 비롯될 수 있는 자만과 교만, 그로 인한 방탕과 사치, 태만,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 등 같은 부작용으로부터 성왕들을 보호해주는 최선의 방책이 된다. 따라서, 성왕들은 세상에 대한 확신과 자신에 대한 불확신 사이의 긴장의 마음 상태를 성공적으로 유지하는 자들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우리가 보통 미덕이라고 부르는 성왕들의 겸손은 바로 불확신의 윤리에서 비롯된 것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