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배교자’에서 시작하여 ‘최초의 근대적 유대인’, 심지어 ‘시오니즘의 선구자’에 이르기까지, 유대인 스피노자는 역사 속에서 다양한 형상 아래 평가되어 왔다. 이 다양한 평가들의 바탕에는 신학정치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대교 분석이 있다. 이 글에서 나는 스피노자의 유대교 분석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분명히하는 가운데 유대교에 대한 그의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스피노자는 우선 당대나 후대의 ‘반유대주의’의 모든 논거를 제시했다고 평가될 만큼, 예언, 선민사상, 의례 등 유대교의 특수성을 이루는 요소들에 대해 실로 가차없는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 비판은 유대교를 폄하하고 기독교를 편드는 것으로, 혹은 종교 일반을 철학(이성)이나 자유주의 정치에 복속시키려는 우회적 수단으로 평가되어 왔다. 우리는 이런 평가들을 일면적이라고 보고, 보다 온전한 평가를 위해 스피노자가 신앙의 본질로 간주한 복종의 의미를 고찰한다. 이로부터 우리는 스피노자가 이성의 관점에서 인정하는 종교 고유의 적극적 역할과 더불어 유대교의 장점을 도출한다. 마지막으로 결론에서는 유대교에 대한 스피노자 진술에 나타나는 비일관성이 이 측면을 통해 볼 때 어떻게 해소되는지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