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논문은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 1908-1962)의 현상학적 시각으로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 1939- )의 장소 특정적 미술(site-specific art)에 관한 예술철학적 고찰을 목적으로 한다. 장소 특정적 미술에서 몸의 체험은 가장 중요한 작품완성 요소이다. 2차원의 회화를 감상하는데 있어서 기본적으로 몸의 일부인 눈의 시각적 체험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장소 특정적 미술에서는 시각 외에도 청각, 촉각, 후각, 운동감각과 공간 감각 등의 다양한 감각이 융합된 총체적 몸의 체험이 부각 된다. 이러한 몸의 체험은 육체와 정신으로 이분화되는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적 사유 방식이나 게슈탈트의 시지각 이론(Gestalttheorie)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본 논문에서는 메를로-퐁티의 몸에 관한 사상을 중심으로 리처드 세라의 장소 특정적 미술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자 한다. 더불어 기존의 비평과 연구에서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 세라 작품의 현상학적 측면과 그의 일본 선(禪) 정원에서의 경험에 함께 주목하면서, ‘선 정원 경험의 현상학적 측면’과 ‘동양의 유(有)와 무(無)’ 개념에 대한 논의와 함께 세라의 작품세계에 관한 고찰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