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논문은 동아시아인들의 사고체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개념 가운데 하나인 삼강의 발생과 성립과정에 대해 연구한다. 일반적으로 삼강은 수직적 위계질서를 강조하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법가에서 기원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삼강은 엄연히 유가의 산물로서 한순간도 유가와 분리하여 이해할 수 없는데, 『논어』와 『곽점초간』의 유가문헌들은 삼강의 발생과 성립과정을 연구하는 데에 중요한 자료들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BR 『논어』에서 공자는 부자와 군신 관계에 대해 논술함으로써 삼강이라는 개념의 발생에 전체적인 방향을 제기하였다. 공자 이후에 제작된 『곽점초간』의 유가문헌들은 군신 · 부자 · 부부 관계가 가지는 중요성에 주목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토론하였다. 『곽점초간』의 유가문헌들은 군신 · 부자 · 부부 관계에 유가가 중시하는 덕목들을 배속하고, 이들 덕목 간에 우열이 있음을 서술함으로써 이들 관계에 주체적인 것과 종속적인 것이 존재한다는 점을 드러내었다. 한편 『곽점초간』의 유가문헌들은 안팎의 관념을 사용하여 군신 · 부자 · 부부 관계의 경중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상의 내용들은 모두 한대에 삼강이라는 명칭이 확립되기 이전, 각종 인간관계를 올바르게 세우기 위해 유가가 다각도로 논의하고 토론했다는 점을 의미한다.BR 이러한 전통을 계승하여 한대의 동중서는 삼강이라는 명칭을 명확히 제기하였으며, 『백호통』은 삼강이 내함하는 수직적 위계질서를 더욱 강조한다. 따라서 삼강이라는 명칭은 한대에 확립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개념의 기원은 그 이전에 활동하던 유가들의 사상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즉 삼강은 법가로부터 흡수한 개념이 결코 아니라 엄연히 유가의 산물이며, 이 속에는 각종 인간관계를 올바르게 정립하고자 했던 유가의 고민이 집약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