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해석학은 인간의 역사적 삶의 현실성에 대한 이해를 목표로 하기에 근본에 있어 역사적 이해의 학문이다. 따라서 모든 해석학적 이해의 근본 형식은 ‘역사적 이해’다. 이 개념과 밀접히 관련된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이해의 역사성’이다. 두 용어는 상호 귀속적으로 보인다. 인간은 역사적 존재자이므로 모든 인간적 이해는 역사의 규정을 피할 수 없고 역사의 규정 아래 진행되는 모든 이해는 역사적 이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두 개념과 이들의 관계는 자명하고 여기에는 어떤 오해의 소지도 없는 것 같다. 그러나 현대의 두 대표적인 철학적 해석학자인 딜타이와 가다머가 이 두 개념에 부여하는 의미는 일의적이지 않고 또 이해의 역사성의 본질과 역사적 이해의 과제에 대한 두 해석학자의 태도 역시 이의적이다. 문제는 이 용어상의 이의성이 이들의 이해의 이론에 대한 적잖은 오해의 원인이 되어 왔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본고는 아래와 같은 두 과제를 갖는다. 첫째는 언어적, 개념적인 것이다. 역사적 이해와 이해의 역사성의 용어 사용에 있었던 개념적 혼란을 정리하여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제거하는 것이다. 둘째는 존재론적인 것이다. 이해의 역사성이라는 현실과 이 현실에서 제기되는 역사적 이해의 과제 사이에 말의 본래적인 의미에서 철학적 관련이 성립한다. 이는 각각의 개별적인 시대 간의 다름(이해의 역사성)을 역사적 이해로 극복하여 같음에 도달하려는 딜타이나 하나의 연속적인 영향사의 같음(이해의 역사성)을 각각의 시대의 역사적 이해의 다름으로 매개하려는 가다머 모두 마찬가지다. 물론 딜타이는 현실적인 다름에서 같음에로 향하고 가다머는 현실적인 같음을 다름으로 매개한다는 점에서 두 철학적 해석학자의 추구의 방향은 정반대다. 그러나 이해의 역사성이라는 현실을 역사적 이해로 극복하려는 이들은 모두 여럿과 하나, 다름과 같음, 현상과 이데아, 존재자와 존재 간의 매개를 시도한다는 점에서는 같고 그 점에서 본래적인 의미에서 철학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