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역설적⋅모순적 언어는 일상적으로는 접근 불가능한 심오한 종교적⋅철학적 통찰을 나타내기 위해 종종 사용되지만, 논리적으로 명료한 설명을 목적으로 하는 논서나 주석서에서는 그 사용을 억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불교 인식논리학, 곧 인명(因明=hetuvidyā) 전통의 오류론 역시 비슷한 목적에서 출현하였다. 이러한 인명 전통에 대해서 서양의 분석철학 전통과의 비교 연구가 종종 행해지지만, 인명 관련 문헌에는 난해한 용어와 예시가 많이 등장하고, 그 문헌들의 한역과 주석 과정에서도 각종 난제들이 제기되었다. 본 논문은 『인명정리문론』과 『인명입정리론』에 소개된 ‘회토비월(懷兎非月=acandraḥ śaśī)’의 논증식을 분석하기 위한 예비적 단계로서 디그나가(Dignāga=陳那)가 고안한 인명학의 주요 개념에 대한 분석적 이해를 도모한다. 이를 위해 먼저 논증식의 일반적 구성 요소인 삼지(三支)와 인(因)의 삼상(三相) 개념은 약간의 수정을 가하면 현대 기호논리나 벤 다이어그램으로 나타낼 수 있음을 확인한다. 특히 삼지작법은 형식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삼단논법과 유사해 보이지만, 근거나 예시를 경험 속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존재 함축을 지닌다는 점에서 연역 추리와 귀납 논리의 결합을 보여준다. 이는 또한 삼단논법의 시각적 이해를 위해 널리 활용되는 벤 다이어그램을 통해 논증식을 표시할 때 특정 구역이 공집합인지 아닌지를 통해 검토하여 그 논리적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회토비월’ 논증식의 논리적 타당성 검토 또한 이에 기초해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