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1920년대 천도교는 식민지 조선에 허용되었던 다양한 사회문화운동을 펼쳐나갔다. 1920년대 천도교의 주도권을 차지하게 된 청년세대들이 주도한 이른바 ‘문화운동’은 이를 대표한다. 이러한 문화운동은 천도교의 교리를 바탕으로 한 민족운동, 산업과 교육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계몽운동, 동아시아적 변혁의 흐름과 결부된 사회주의 계급운동 내지 변혁운동, 민족주의 차원의 종교적 개혁운동 등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여기서 천도교 문화운동의 독특한 사상사적 의미는 잘 부각되지 않는다. 이때 본 연구는 천도교 문화운동에 전제된 사회진화론과 실력양성론이라는 논리에 주목한다. 이는 천도교 문화운동의 담론들이 식민지 조선의 현실에서 변형되고 굴절되면서 나타내는, 그 고유한 식민지적 특성을 엿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는 천도교 문화운동의 담론을 구성하는 몇 가지 세부논리와 가치지향에 주목하면서 이로부터 1930년대 이후 식민지 조선에서 천도교 활동의 불연속성을 해명할 수 있는 몇 가지 단초들을 찾고 있다. 구체적으로 그것은 식민극복의 논리에 전제된 발전론적 토대로서 개조주의와 문화주의라는 이념, 식민지 변혁의 기준점이었던 ‘신구(新舊)’라는 이분법적 가치지향과 그 한계, 종교성 아래 침잠한 계급의식과 혁명의식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