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논문은 도덕적 기계의 가능성을 정초하는 첫 단추로, 기계의 도덕적 지위를 적극 옹호하고 있는 윤리적 행동주의를 비판적으로 천착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필자는 먼저 기계의 도덕적 지위를 부인하는 표준적 입장에 대한 대안으로 기능주의 입장을, 특히 존 다나허의 윤리적 행동주의의 입장을 해명할 것이다. 윤리적 행동주의는 도덕적 지위를 근거짓는 속성의 동등성이 아니라, 관찰 가능한 행동의 동등성을 토대로 비교와 유비추론의 방법을 통해 도덕적 지위를 추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탈형이상학적이고 또 인간중심적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난다는 장점을 지니지만, 행동 패턴의 동등성에서 도덕적 지위를 추론하는 방법론으로 인해 근본적인 두 물음을 낳는다. 하나는 왜 행동의 동등성이냐의 물음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종류의 행동인가의 물음이다. 윤리적 행동주의는 첫 번째 물음에 대해서는 인식론적 논변을 통해 합당한 설명을 할 수 있지만, 두 번째 물음에 대해서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즉, 윤리적 행동주의는 비교와 유비가 존재론적 동질성을 전제한다는 사실로 인해, 원래 의도와 달리 두 번째 물음에 합당하게 답하자면, 도덕적 지위를 근거 짓는 속성에 대해 중립적일 수 없게 된다. 이처럼 기계의 도덕적 지위 물음에 대해서는 윤리적 행동주의가 한계를 지니지만, 기계 행동 자체의 윤리를 정초 짓는 접근법으로 우리는 얼마든지 이를 수정하여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