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근세 이후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눈부신 발달에 힘입어 쾌락을 생리학적으로 이해하거나 심리학적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심화되어 왔다. 그 결과 쾌락의 인문학적 의미는 거의 망각되고 말았다. 본 논문의 목적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중심으로 ‘쾌락’의 개념을 해명하면서 쾌락이라는 주제가 현대인에게 던지는 인문학적 의미를 성찰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에서 보면, 무절제한 사람은 먹고 마시는 활동에 탐닉할 때 먹고 마시는 활동 그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활동이 산출해 내는 유쾌한 느낌을 즐긴다. 예를 들어 알코올중독자나 섹스중독자는 음주 활동이나 섹스 활동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만취상태에서의 몽롱함이나 성적 관계를 통한 황홀함을 즐길 뿐이다. 다시 말해서 알코올중독자나 섹스중독자는 음주를 매개로하여 즐거운 대화를 나누거나 섹스를 통하여 사랑하는 사람과 인격적으로 교류하고 사회적 책임을 약속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육체적 정신적 활동의 결과로서 주어지는 유쾌한 느낌이 아니라 활동 그 자체에 일종의 부산물로서 수반되는 유쾌한 느낌이 진정한 의미의 쾌락이며, 활동이 완전하게 수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쾌락이 존재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쾌락설은 철학적으로 매우 유명한 학설이다. 우리 모두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서 쾌락의 진정한 의미를 인문학적 차원에서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